2023.3.28. 《로동신문》 6면
《누구나 보석과 같은 애국의 마음을 간직하고 조국의 부강번영과 인민의 행복을 위하여 유익한 일을 스스로 찾아하여야 합니다.》
표창휴가를 받고 집으로 돌아오는 8.28청년돌격대 대원인 김신정의 발걸음에는 나래가 돋친듯싶었다.
몇해만에 찾는 고향이여서만이 아니였다.그날따라 어머니에 대한 자랑과 긍지가 가슴가득 차올랐던것이다.
방금전 길가에서 만났던 녀인들이 한 말이 다시금 귀전에 울려왔다.
《정제1작업반 신옥화의 딸이 맞지? 돌격대로 떠나던게 어제같은데 이젠 처녀꼴이 다 잡혔구나.》
《요즘 너의 어머니에게는 기쁜 일만 생기는구나.연구에서 성공했지, 딸이 표창휴가를 왔지.… 참, 9년나마 한 연구라니 너도 잘 알겠구나.》
《너의 어머니는 정말 쉽지 않은 사람이야.글쎄 로동자가 어떻게 그런 생각을 다 했을가.공장이 덕을 보게 됐어.》
그들은 다 어머니와 함께 순천제약공장에서 일하는 로동자들이였다.
불쑥 어머니의 모습이 떠올라 신정은 가슴이 뭉클해졌다.
무슨 연구사업을 하느라 늘 바쁘게 지내던 어머니, 밥을 지을 때조차 생각에 골똘해있고 길을 가다가도 수첩을 펴들고 무엇인가 적어넣던 어머니…
《어머니, 꼭 집에서까지 그래야만 하나요? 이젠 좀 그만하세요.우리 동무들이 나한테서까지 시약냄새가 난대요.》
학창시절에 했던 이 말이 떠올라 그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하지만 자식들이 아무리 투정을 해도 어머니는 연구를 계속했다.
일터에서는 물론 부엌에서도 집마당에서도…
중학교졸업을 앞두었을 때의 일도 떠올랐다.그날은 어머니의 생일이였다.그래서 출근길에 오르는 어머니에게 오늘은 꼭 일찍 들어와야 한다고 당부하였고 동생과 함께 꽃다발도 마련하고 성의껏 생일상도 차리였다.자식들에게 사랑과 정을 깡그리 쏟아부은 어머니에 대한 고마움을 거기에 담고싶었다.
하지만 어머니는 자정이 다되도록 퇴근할줄 몰랐다.
신정은 안타까왔다.
(출장을 떠난
마침내 어머니가 돌아왔을 때 신정은 참지 못하고 콕 내쏘았다.
《엄만 정말 너무해.》
그러자 어머니는 신정이의 등을 다독여주며 몹시 미안해하였다.
《직장의 일군들이 이 엄마의 연구를 도와주겠다고 얼마나 애쓰는지 모른다.그들과 토론을 하는 정신에 너희들의 당부를 까맣게 잊었댔구나.》
이튿날 학교로 가는 자기와 나란히 출근길에 나서며 어머니가 하던 말이 방금전인듯 신정의 가슴을 다시 두드렸다.
《신정아, 너 어제 밤 어머니는 로동자인데 왜 그런 일까지 하는가고 물어보았는데 그것은 어머니가 해야 할 일이다.네 어머닌 평범한 로동자이지만 공장의 주인이란다.주인이면 주인구실을 바로해야지.내가 나라앞에, 자식들앞에 떳떳한 그때 가서 너희들이 주는 꽃다발을 기쁘게 받겠다.》
…
멀리에서 순천제약공장이 보였다.어머니가 그리도 사랑하는 일터, 그곳에서 이 어머니는 로동자이기 전에 공장의 주인이라고, 주인이면 주인구실을 바로해야 할게 아니냐고 하던 절절한 목소리가 금시라도 들려오는것만 같았다.
남동생이 함흥화학공업대학에 입학하게 되였을 때의 일도 떠올랐다.
동생 명조가 대학입학통지서를 안고 집으로 돌아온 날
《평범한 로동자의 자식도 대학에 불러주는 우리 제도가 얼마나 고마와요.이 애들의 할아버지는 그렇게 공부하고싶어했지만 해방전에는 학교문전에도 못가보았어요.나라가 없었던탓이였지요.이 좋은 제도에 어떻게 하면 다 보답을 할가요.》…
바로 그런 어머니여서 오랜 세월 아글타글 노력하여 끝끝내 연구에서 성공할수 있었고 공장과 나라에 보탬을 주는 큰일을 해놓을수 있은것이 아니랴.
몇해전 그가 돌격대로 나갈 때에도 시료분석때문에 먼길을 떠났다가 돌아오지 못한 어머니를 대신하여 공장의 수많은 사람들이 그를 바래주러 나왔다.직장의 부문당비서와 작업반장, 당세포비서…
그날 부문당비서는 말했다.
《…네 어머닌 항생소직장에서 정제공으로 오랜 기간을 일해오고있다.그래서 모든 작업공정을 손금보듯이 파악하고 기능공으로 떠받들리우고있지.너의 어머니가 하는 연구가 성공하면 석탄을 많이 절약할수 있다.언제인가 〈로동신문〉에 붕락된 막장안에서도 석탄생산을 멈추지 않은 탄부들에 대한 기사가 실렸는데 네 어머니가 오래도록 그 신문을 놓지 못하더니 이렇게 말하더구나.자기는 지금껏 원료를 많이 뽑아낼 생각만 하면서 석탄을 아낄줄 몰랐다고, 그러고도 축하의 꽃다발을 받군 했다고.그저 자책하는줄로만 알았는데 이처럼 장한 일에 나설줄 몰랐구나.》
신정은 가슴이 찌르르해났다.어머니의 마음을 미처 모르고 속만 태운 자기가 야속하기 그지없었다.
신정은 돌격대로 떠나면서도, 벅찬 건설의 나날에도 어머니가 하루빨리 성공하기를 마음속으로 바라고 또 바랐다.그 소원이 풀린것이다.
공장을 위해, 나라를 위해 좋은 일을 한 어머니, 값비싼 원료의 회수률을 높인것은 물론이고 많은 석탄과 전기, 로력을 절약할수 있게 한 우리 어머니!
달아오른 가슴을 안고 신정은 나는듯이 꽃방으로 향하였다.성실한 근로자, 참된 공민인 어머니에게 가장 아름답고 향기로운 꽃다발을 안겨주고싶었던것이다.
얼마후 꽃다발을 안고 공장으로, 어머니의 정든 일터로 달려가는 그의 가슴속에서는 이런 목소리가 끝없이 울리였다.
언제나 나라의 은혜를 잊지 말자.그러면 평범한 로동자도 사람들을 놀래우는 발명을 할수 있고 인재로 집단의 사랑과 존경속에 살수 있다.
본사기자 백광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