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1월 23일 토요일  
로동신문
로병의 수기와 20여개의 입대증

2023.7.13. 《로동신문》 6면



우리는 얼마전 취재길에서 한 전쟁로병의 색날은 수기집을 마주하게 되였다.

대동강구역 문수3동 30인민반에서 사는 주영희녀성의 아버지 주학송로병이 남긴것이다.

수기의 첫장에는 이렇게 씌여있었다.

《요즘 나는 걸어온 인생길을 자주 돌이켜보게 된다.

자손들에게 아버지, 할아버지로서만이 아닌 전승세대로서 무엇인가를 넘겨주어야 한다는 자각이 항상 가슴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한생을 통하여 나는 조국의 귀중함을 사무치게 절감하였다.나의 자손들과 후대들의 심장속에 전화의 용사들이 지녔던 조국보위정신을 깊이깊이 새겨주고싶어 펜을 들었다.》

로병이 인생말년에 추억을 더듬어 쓴 수기는 읽을수록 우리의 가슴을 세차게 울려주었다.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교시하시였다.

《혁명의 전세대가 후대들에게 물려주어야 할 가장 값높은 유산은 정신도덕적유산입니다.》

주학송로병은 1950년 2월에 인민군대에 입대하였다.

미제는 그때 우리 공화국에 대한 침략전쟁준비에 광분하고있었다.놈들의 책동에 대한 소식을 들을 때마다 그의 가슴속에서는 증오의 피가 끓어번지였다.

그의 눈앞에는 해방전의 피눈물나는 생활이 선히 떠오르군 하였다.고향마을의 게딱지같은 오막살이들, 날마다 터져나오던 가난한 사람들의 한숨소리, 울음소리…

어버이수령님께서 나라를 찾아주신 후에야 비로소 그의 가정은 노예살이를 끝장내고 행복한 새 생활을 꽃피우게 되였다.

망국노의 설음과 조국의 귀중함을 뼈에 사무치게 체험한 주학송로병이였기에 그는 행복의 보금자리를 빼앗으려는 원쑤들을 쳐부시기 위해 군복을 입었고 얼마후에는 용약 전선으로 달려나갔다.

가렬처절하였던 전화의 나날에 대해 주학송로병은 수기에 이렇게 썼다.

《전투가 계속되던 어느날 우리 중대에 증원부대가 도착할 때까지 고지를 사수할데 대한 명령이 내려졌다.고지에 남은 인원은 얼마 되지 않았다.적들은 어떻게 해서든지 고지를 빼앗으려고 집요하게 달려들었다.나의 눈에서는 불이 펄펄 일었다.머슴군의 자식이 나라를 지키는 군대가 되였다고 기뻐하던 부모의 얼굴이 떠올랐고 나라의 은덕으로 토지를 분여받고 〈이게 우리 땅이다.우리에게도 이젠 땅이 생겼다.〉라고 하며 눈물을 쏟던 고향마을사람들의 모습이 어려왔다.나는 우리에게서 조국을 빼앗고 행복을 빼앗으려는 원쑤들에게 불벼락을 안기였다.그날 전투에서 소대장을 비롯한 전우들이 귀중한 생명을 바치였다.전우들의 마지막웨침소리가 아직도 나의 귀전에 들려온다.〈동무들, 조국의 고지를 부탁한다.김일성장군 만세! 조선로동당 만세!〉》

그후 로병은 전투에서 중상을 당하고 후송된적도 있었다.그때 그는 쓰러진 전우들의 피값을 받아내야 한다며 수술자리가 채 아물기도 전에 전선으로 달려갔다.

지난 조국해방전쟁의 위대한 승리가 어떻게 이룩되였는가를, 생사를 판가름하는 격전장에서 전화의 용사들이 어떻게 싸웠는가를 로병의 수기는 깊이 새겨주고있었다.

주학송로병은 조국을 지켜 피흘려 싸우던 그때처럼 살고있는가를 항상 자각하며 혁명의 군복을 입고 변함없는 복무의 길을 꿋꿋이 걸어왔다.그러나 그는 그것만으로 전승세대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생각지 않았다.

로병의 수기에는 그가 자식들에게 조국의 귀중함을 깊이 새겨주고 조국보위초소에 서도록 걸음걸음 이끌어준 사실들이 감동깊게 적혀있었다.

여섯남매를 조선인민군대에 입대시킨 후 또다시 막내아들이 조국보위초소로 떠나게 되였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 집에 입대증이 또 하나 늘었구나.떠나간 전우들앞에 다소나마 떳떳하게 되였다는 생각이 든다.조국이 있고야 가정의 행복도 희망도 있음을 언제나 명심하기를 바란다.》

로병의 자식들은 아버지의 이 말을 혁명의 전세대가 새세대에게 하는 당부로 간직하고 모두가 인민군대 군관이 되여 조국의 방선을 튼튼히 지켜왔다.

로병의 손자, 손녀들도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부모들이 걸었던 조국보위의 길로 떠나갔으며 하여 로병의 가정에는 입대증이 20여개로 늘어났다.

로병의 손녀인 김송이동무는 말하였다.

《할아버지가 남긴 수기는 우리 가정의 가보이며 우리가 한생 간직하고 살아야 할 거울과도 같습니다.》

피흘려 조국을 사수하였고 한생토록 충실히 조국을 위해 헌신하였으며 후손들에게 애국적삶의 본보기를 가르쳐준 전승세대, 그들이 발휘해온 애국심은 새세대들의 가슴속에 그대로 높뛰고있었다.

수기집을 덮는 우리의 귀전에 전쟁로병의 한생의 좌우명이였으며 후대들에게 남긴 당부가 메아리가 되여 울려왔다.

《조국은 목숨보다 귀중하다.이것은 1950년대 영웅전사들이 피와 생명을 바쳐 지킨 신념이며 삶의 참된 진리이다.이 신념이 대를 이어 후대들의 심장속에 뿌리내릴 때 혁명의 고귀한 전취물인 우리의 사회주의가 굳건하고 승승장구할것이다.》

글 본사기자 엄수련

사진 본사기자 백광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