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6일 목요일  
로동신문
실화
영예로운 초소

2024.1.31. 《로동신문》 6면


희망찬 새해가 시작되던 시각 김정숙군체신소 TV중계공 김광철은 함께 중계공으로 일하는 안해가 곱게 표지를 씌운 새 중계일지를 펼쳐들었다.지난해 중계일지의 마지막페지에 당중앙위원회 제8기 제9차전원회의 확대회의에 관한 보도를 성과적으로 중계한 정형을 기록하고 새 중계일지를 펼쳐드는 그의 마음은 한없는 격정으로 젖어들었다.비록 외진 산정에서 새해를 맞아도 당의 목소리를 전해가는 영예로운 초소를 지켜간다는 긍지와 자부심으로 가슴이 뿌듯해졌던것이다.

새 중계일지를 바라보는 부부중계공의 눈가에는 짙은 회억의 빛이 어리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보석이 땅속에 묻혀있어도 빛을 잃지 않는것처럼 애국의 마음은 그것이 비록 크지 않아도 귀중한것이며 언제나 아름다운것입니다.》

30여년전 여름 해발 1 000m가 넘는 높은 산정에 자리잡고있는 중계초소로 오르는 김광철의 온몸은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그가 TV중계공이 된데는 사연이 있었다.어느한 기능공학교를 졸업하고 군체신소에 배치받았던 김광철은 외진 산정에 자리잡은 TV중계초소의 한 중계공이 몸이 불편하여 교대인원을 올려보내야 한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였다.그는 더 생각할 사이없이 체신소일군을 찾아가 자기를 그곳에 보내달라고 제기하였다.

놀라운 기색으로 일군은 말했다.

《거긴 너무 외진 곳이여서 누구도 선뜻 가려고 하지 않는 곳인데…》

《일없습니다.저야 청년이 아닙니까.청춘시절에 어렵고 힘든 곳에서 한번 본때있게 일해보고싶습니다.》

온몸에 불같은 열정이 넘쳐흐르는 광철을 대견스럽게 바라보던 일군은 너무 기뻐 그를 덥석 안아주기까지 하였다.

《내 오늘 진짜배기청년을 알게 되여 정말 기쁘오.》

사실 광철이 중계공으로 자원한데는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어서였다.그는 중학교졸업을 앞둔 때 시력이 떨어져 인민군대에 입대하지 못하였다.하지만 기어이 어렵고 힘든 초소에서 일을 잘해 군대에 나간 동창생들앞에 떳떳이 나서고싶었던것이다.

중계초소에서의 생활은 생각했던것보다 훨씬 더 어려웠다.보이는건 산뿐이고 들리는건 새소리, 바람소리뿐이였다.산중턱의 샘터에서 물을 길어올리는데만도 2시간이 걸렸다.그나마 겨울에는 샘마저 말라 눈을 녹여 밥을 짓고 빨래도 해야 하였다.산중초소에는 겨울도 먼저 찾아와 10월초면 벌써 눈발이 날렸다.

그는 자체로 생활을 꾸려나가는 한편 그 어떤 정황속에서도 TV중계를 책임적으로 보장하기 위해 기술학습에 힘을 넣었다.밤새워 도서들을 보며 중계기에 정통했고 약전기술도 꾸준히 익혀나갔다.

이렇게 10년세월이 흐르게 되였다.그러자 바빠난 사람은 그의 어머니였다.아들이 산속에서 장가갈 생각도 잊고 사는것같아 그 험한 길을 한달이 멀다하게 찾아와 이젠 그만 내려가는것이 어떻겠는가고 설복했다.

그때마다 광철은 군대에 나간 동창생들처럼 위훈을 세우기 전에는 돌아가지 않겠다고 고집스럽게 머리를 흔들었다.

《네 결심이 정 그렇다면 더 권고하지 않겠다.하지만 도중에 어렵다고 내려오면 용서치 않겠다.》

어머니는 이런 말로 최종선언을 하고 돌아갔다.

그로부터 얼마후 한 처녀가 중계초소로 찾아왔다.그가 바로 후날 광철의 안해가 된 김경심이였다.

처음으로 높은 산정에 올라와본 경심은 바람소리밖에 들리는것이 없는 이런 외지고 적막한 산중에서 산다는것이 그저 놀랍기만 하였다.그의 머리속에는 혼사말이 났을 때 아버지가 했던 말이 떠올랐다.

《총각의 몸으로 10년세월 산정에서 외진 초소를 지켜간다니 그의 인간됨이 알린다.다들 그곳이 외진 곳이라고 하는데 사람을 봐야지 사는 곳을 보겠니?》

한생 류벌공으로 일해온 아버지는 사위감의 성실성이 대뜸 마음에 들어 얼굴을 보기 전부터 승낙했던것이다.이렇게 중계초소에는 새 가정이 태여났고 그들은 부부중계공이 되여 초소를 지켜가게 되였다.

결혼한지 며칠이 지난 어느날 경심은 남편이 지붕우에 장대같이 긴 나무들을 올리는 모습을 보았다.

그가 뭘 하는가고 묻자 남편은 말했다.

《이 산정에선 일단 바람이 터지면 사람도 날려갈판이요.그래서 지붕우에 이렇게 긴 나무들을 올려놓고 쇠줄로 서까래와 매놓으면 기와가 날아나는것을 막을수 있지.》

광철은 흥겹게 일손을 다그쳤으나 경심은 이처럼 외지고 어려운 곳에서 꽤 생활해낼수 있을가 하고 걱정부터 앞서는것을 어쩔수 없었다.그것은 공연한것이 아니였다.

얼마후 그들의 가정에 아들이 태여나고 창가에는 행복의 웃음소리가 넘쳤다.그러나 그 웃음소리는 얼마 가지 못하였다.

어느날 갑자기 돌도 채 되지 않은 아들애가 심하게 앓았다.그들부부는 어쩔바를 몰라하였다.빨리 읍에 내려가 치료를 받아야 하겠으나 TV중계때문에 광철은 자리를 뜰수 없었다.경심은 홀로 아이를 업고 산을 내리며 울고 또 울었다.그의 가슴속에는 남편에 대한 원망이 가득차올랐다.

그후 아들은 할머니집에서 지내다싶이 하였다.경심이 산중에서는 더는 아들을 키울수 없다고 하였기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겨울날 그렇게도 기다리고기다리던 소식이 왔다.중계초소에 새 인원을 보낸다는것이였다.경심은 너무 기뻐 떠날 차비를 서둘렀다.그런데 함께 기뻐할줄 알았던 남편은 침묵을 지킬뿐이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가고 경심이 거듭 물어서야 광철은 힘겹게 입을 열었다.

《당신한테 정말 미안하오.교대인원은 내가 취소시켰소.알고보니 그는 체신소에 더 필요한 기능이 높은 기계공이더구만.》

경심은 할 말을 찾지 못하고 피가 나게 입술만 깨물었다.그 시각도 엄마를 찾으며 울고있을 아들애의 모습이 눈앞에 밟혀와 어느새 두볼로는 눈물이 줄줄이 흘러내렸다.

《좋아요.그럼 나 혼자라도 먼저 내려가겠어요.》

《그건 좋도록 하오.하지만 이것만은 똑똑히 명심하고 가오.사람은 보답을 알아야 인간답게 살수 있다는것을.》

그 말에 경심은 무춤 굳어지고말았다.남편이 무슨 말을 하는가를 너무도 잘 알고있었던것이다.

결혼을 앞두었을 때 광철은 뜻밖에도 국가적인 대회에 참가하게 되였다.체신부문에서 한생을 바쳐온 오랜 공로자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대회에 참가했던 그는 당의 사랑과 믿음에 충성으로 보답할 결의를 굳게 다지였다.얼마전에는 위대한 장군님께서 당이 맡겨준 혁명초소를 성실하게 지켜가는 그의 소행을 보고받으시고 온 나라가 알도록 내세워주실줄 어찌 알았으랴.

경심은 머리를 떨구었다.

《내 당신 마음을 몰라서 하는 말이 아니요.나도 처음엔 젊은 혈기에 남들처럼 위훈을 세우고싶은 생각으로 어렵고 힘든 초소로 자원했댔소.그런데 중계초소에서의 생활은 나에게 그 어떤 명예나 가정의 행복보다도 귀중한것이 량심이라는것을 가르쳐주었소.》

자책으로 어깨를 떠는 경심의 눈에 문득 남편이 정성담아 키우는 화분의 꽃송이가 새삼스럽게 비껴들었다.창밖에는 눈보라가 세차도 빛과 열, 자양분만 있으면 한겨울에도 활짝 피여나는 꽃송이처럼 외진 산정에서도 당의 사랑의 해빛이 있기에 남편은 변함없이 초소를 지켜가고있는것이라고 그는 생각하였다.그는 자기의 마음도 남편과 하나가 되고싶었다.

그때로부터 몇해가 지난 1월 어느날, 중계기예비부속품을 구하려고 읍에 내려갔던 광철은 날이 어두워서야 중계초소로 떠나게 되였다.산에 오르니 센바람에 눈조차 뜨기 어려웠다.

그는 한치한치 허리치는 눈길을 톺았다.산길에 숙달된 그로서도 눈이 너무 많이 쌓여 길을 찾기가 힘들었다.그러던 그는 그만에야 발을 헛디디여 낭떠러지로 굴러떨어졌다.나무에 걸리여 다행히 몸은 멈춰섰으나 도저히 움직일수 없었다.저도 모르게 가느다란 신음소리가 흘러나왔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 어디선가 누군가를 찾는 소리가 간간이 들려왔다.점점 소리가 가까와졌다.

《여보세요-, 영호아버지-》

분명 안해의 목소리였다.반가움에 몸을 일으키려던 그는 피뜩 생각되는것이 있어 시계부터 보았다.시계는 23시를 훨씬 넘어서고있었다.다행히 안도의 숨이 나갔다.안해가 중계를 보장하고서야 자기를 찾아나왔다는 생각에서였다.

《예비부속품을 구해왔소.…》

광철은 안해를 만나자 이렇게 말하며 빙그레 웃음을 지었다.

경심은 쓰러지면서도 예비부속품배낭만은 순간도 몸에서 떼여놓지 않은 남편의 모습에 눈물이 났다.

그날 그들이 숫눈우에 찍은 발자욱들은 그대로 참된 생을 사는 부부중계공의 모습이였고 애국의 자욱이였다.

당원의 영예를 지니던 날 광철은 이렇게 맹세했다.당원의 본분을 지켜 당이 맡겨준 중계초소를 끝까지 지켜가겠다고.

그후에도 군체신소당조직에서는 그의 건강을 걱정하여 몇번이나 교대인원을 보내주려고 하였으나 그의 마음은 변함이 없었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아들 영호가 군대에 입대하게 되였다.군대로 떠나기 앞서 부모의 한생이 흘러간 중계초소를 찾은 김영호는 주변에 자기가 가져온 나무를 아버지와 함께 정성껏 심었다.

그날 광철은 아들과 이렇게 약속했다.

《너는 조국보위초소를 굳건히 지키고 이 아버지는 당이 맡겨준 중계초소를 변함없이 지켜가자는걸 이 나무앞에서 약속하자꾸나.》

그는 군대로 떠나는 아들도 역전이 아니라 산정의 초소에서 바래워주었다.아들은 한시도 중계초소를 비우지 못하는 아버지의 모습을 가슴에 새기고 조국보위초소로 떠나갔다.

그때부터 광철은 조국보위초소에 선 아들을 그려보며 이렇게 마음속맹세를 다지군 하였다.병사가 맡은 초소를 어렵다고 비울수 없듯이 자기도 당에서 맡겨준 혁명초소를 한생의 끝까지 지켜가리라고.

생각에서 깨여난 광철은 새 중계일지의 표지에 《영예로운 초소》라는 글을 써넣었다.그 글발을 바라보는 경심의 입가에도 밝은 미소가 피여올랐다.

그 길지 않은 글발에는 외진 초소에서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량심의 자욱을 묵묵히 새겨가는 그들의 인생관이 비껴있었다.

본사기자 리경일

본사기자 유광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