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3(2024)년 9월 17일 화요일  
로동신문
실화
선택
처녀기중기차운전수의 생활에서

2024.4.13. 《로동신문》 6면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나는 무엇을 바쳤는가라는 물음에 늘 자신을 비추어보면서 애국의 마음을 가다듬어야 합니다.》

취재는 끝났지만 선듯 수첩을 덮을수 없었다.

이야기를 마치자바람으로 기중기차인 《평양36-5024》호의 운전칸으로 서둘러 오르는 처녀의 모습이 다시 눈에 밟혀왔다.

올해 20살 난 그가 바로 화성지구 건설장에서 처녀힘장수로 널리 알려진 평양건설위원회 중기계대의 기중기차운전수 문원옥이였다.50t급기중기차를 척 타고앉아 수십t짜리 부재를 닁큼 들어올리는 나어린 처녀의 다기찬 모습을 바라보는 우리의 귀전에 방금전에 들은 이야기가 되울려왔다.

《몇해전 어느날 저는 학교정문을 나서는 길로 아버지가 일하는 교외의 어느한 대상건설장으로 달음박질했습니다.건설장에서 늘 살다싶이 하는 아버지를 오래동안 만나보지 못한데도 있었지만 보다는 졸업후의 일을 토론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선택, 누구나 이 두 글자앞에 서면 고민하고 망설이게 됩니다.왜냐면 한번한번의 선택이 자기의 전도를, 인생을 결정짓기때문입니다.특히 중학교졸업을 앞둔 시기의 학생들은 자기앞에 펼쳐진 선택의 갈림길에서 주저하고 번민하게 되는데 저의 심정이 바로 그러했습니다.

이런저런 생각으로 번거롭던 저의 마음은 건설장에 들어서자 한결 개운해졌습니다.

기운차게 돌아가는 혼합기, 분주히 오가는 륜전기재들, 곳곳에서 나붓기는 붉은기들과 승벽을 다투며 일손을 다그치는 건설자들…

건설장은 그야말로 부글부글 끓어번지고있었습니다.주위를 두리번거리던 나의 눈길이 대형속보판에서 멎었습니다.거기에는 기중기차운전수인 아버지에 대한 소식이 사진과 함께 나붙어있었습니다.

저는 한시라도 빨리 아버지를 만나보고싶었습니다.드넓은 건설장이여서 혹시나 하는 우려도 없지 않았지만 그것은 괜한 걱정이였습니다.길다란 팔을 뻗친 50t급기중기차가 첫눈에 비껴들었던것입니다.저는 반가운김에 기중기차를 향해 손오가리를 해서 소리쳤습니다.

〈아버지-〉

저의 목소리를 가려들은듯 기중기차는 부릉부릉 용을 쓰며 부재를 힘껏 들어올렸습니다.얼마후 아버지와 저는 기중기차주변에 있는 평퍼름한 곳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선생님이 오늘 우리 학급 동무들에게 자기 지망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라고 했어요.〉

〈그래 우리 원옥인 뭘 하고싶니?〉

아버지는 기대어린 눈길로 외동딸인 저를 바라보았습니다.

저는 한동안 머밋거렸습니다.솔직히 오래전부터 앞으로의 자기 모습을 나름대로 그려보던 저였습니다.시인, 교원, 의사…

주밋주밋하는 저의 모습을 한동안 지켜보던 아버지가 나직이 말했습니다.

〈아버지처럼 기중기차운전수가 되고싶은 생각은 없니?〉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기중기차를 운전하는 저의 모습을 한번도 그려본적이 없었던것입니다.솔직히 수십년세월 기중기차를 운전하면서 가정일을 돌볼새없이 늘 나가살다싶이 하는 아버지의 직업을 속으로 얼마나 원망했는지 모릅니다.그런데…

〈깊이 생각해보고 결심해라.〉

저를 바래워주며 아버지가 한 말이였습니다.

며칠후 뜻밖에도 아버지가 가슴에 훈장을 번쩍이며 집에 들어섰습니다.국가수훈의 영예를 지닌 기쁨을 가족들과 나누고싶어 집에 들린 아버지였습니다.저는 바람을 좀 쏘이자고 하는 아버지를 따라 동구길로 나섰습니다.우리의 발걸음은 만경대고향집으로 향했습니다.

〈넌 소년단시절부터 이길을 걸었지.〉

많은 추억을 불러일으키는 말이였습니다.저는 만경대구역에서 나서자랐습니다.이른새벽 만경대고향집을 찾아 뜨락도 쓸며 새세대의 마음을 키워왔습니다.

위대한 수령님께서 나라를 찾기 전에는 다시 돌아오지 않으리라는 굳은 맹세 다지시며 어리신 나이에 나서신 만경대, 이 력사의 땅에서 자라면서 혁명의 대를 굳게 이어가겠다고 다짐했었습니다.

그날 밤 아버진 저에게 많은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평범한 근로자에게 기회가 있을 때마다 훈장과 메달을 수여해주고 선물도 가슴가득 안겨주는 고마운 나라의 은덕에 대하여, 로동계급의 세상인 사회주의제도를 받들어 성실히 일하는것은 공민의 마땅한 본분이라는데 대하여 말입니다.

(로동계급의 세상…)

불현듯 학급동무들과 함께 려명거리를 돌아보던 때의 일이 떠올랐습니다.그날 선생님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동무들, 우리가 지금 거니는 이 거리에는 원옥동무의 아버지가 흘린 땀방울도 소중히 스며있습니다.〉

그러자 학급동무들이 저에게 박수갈채를 보내주었습니다.열광적인 박수를 받느라니 저는 로동자의 딸이라는 긍지로 가슴이 막 울렁이였습니다.

이튿날 새벽 아버진 조용히 건설장으로 떠났습니다.하지만 아버지가 남긴 말은 다음날도 그다음날도 저의 가슴에 파고들었습니다.

며칠후 저는 기중기차운전수를 지망한다고 종이장에 큼직하게 써넣었습니다.친척들과 동무들은 입을 딱 벌렸답니다.그도그럴것이 제가 시대의 숨결을 노래하는 시인이 되고싶어했고 또 하얀 위생복을 입은 의사나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원의 모습을 그려보기도 했다는것을 너무도 잘 알고있었던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일시적인 흥분으로 인생길을 멀리 에돌수 있다며 제나름의 충고를 주기도 했습니다.하지만 아버지의 뒤를 이어 성실한 근로자가 되려는 저의 결심을 흔들지는 못했습니다.

그로부터 몇달후 저는 아버지의 교대운전수가 되였답니다.온 건설장, 온 인민반이 부녀기중기차운전수가 생겼다고 떠들썩했습니다.

제가 아버지처럼 기중기차운전수라는 직업을 선택하던 그때는 온 나라 인민이 경애하는 원수님께서 평양시 1만세대 살림집건설착공식에서 하신 뜻깊은 연설을 받아안고 한사람같이 떨쳐나선 격동적인 시기였습니다.저의 사회생활은 이렇게 송신, 송화지구 건설장에서부터 시작되였습니다.

저는 집단과 인민반사람들의 기대에 꼭 보답하리라 마음다졌답니다.하지만 여느 운전수들과는 달리 기중기차를 목적지까지 운전해가서는 물동량도 움직여야 하는 일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였습니다.

아시다싶이 건설장에서 우리 기중기차운전수들이 할 일이 얼마나 많습니까.

그런데 제가 운전할 때면 부재를 제자리에 올려놓지 못해 적지 않은 지장을 받군 했습니다.아버지는 교대후에도 제 곁을 떠나지 않고 도와주었습니다.언제까지나 아버지의 도움을 받을수 없다고 생각한 저는 기중기차를 더 잘 파악하리라 강심을 먹었습니다.땅바닥에 그려놓은 동그라미안에 자그마한 물건을 놓고 그우에 활차를 내려놓는 련습을 하루에도 수십번 했습니다.그리고 자그마한 수첩을 만들어가지고 거기에 부분품들의 작용원리에 대하여 하나하나 적어나가면서 직심스레 배웠습니다.

저의 기능은 하루가 다르게 높아졌습니다.

이자 방금 저에게 그동안 자기의 선택에 대해 후회한적이 없었는가고 물었는데 왜 없었겠습니까.

지금도 화성지구 2단계 1만세대 살림집건설장에서 퇴근길에 올랐던 때의 일이 잊혀지지 않습니다.뻐스에 몸을 실었는데 저의 곁에는 온몸에서 향긋한 냄새가 물씬물씬 풍기는 한 처녀가 서있었습니다.가름대를 잡은 처녀의 손은 또 얼마나 희고 말쑥한지 감히 기름묻은 저의 투박한 손을 나란히 놓기가 서슴어졌습니다.나도 녀성적인 직업을 선택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불쑥 갈마들었습니다.

그러나 다음순간 떠오르는것이 있었습니다.지난 1월 뜻깊은 신년경축행사에 참가하여 대를 두고 길이 전해갈 사랑의 선물을 받아안은 아버지가 저에게 한 말이였습니다.

〈로동계급의 세상인 우리 사회주의제도가 아니고서야 어떻게 나같은 평범한 로동자가 이런 영광을 받아안을수 있겠느냐.이 고마운 품을 위해 우리 더 많은 일을 하자꾸나.〉

그 어떤 재부나 명예보다도 성실한 근로의 땀이 더욱 빛나는 우리 사회, 이런 고마운 제도를 위한 선택만큼 아름다운 선택이 또 어디에 있겠습니까.그리고 한번 선택한 길에서는 영원히 물러서지 말아야 진정한 선택이 아니겠습니까.

저도 아버지처럼 성실한 근로자가 되겠습니다.

참, 군사복무를 하고있는 오빠에게서 얼마전에 편지가 왔는데 자기도 제대되면 기중기차운전수가 되겠다고 했습니다.…》

운전칸에 앉은 처녀의 모습은 소박하고 평범했다.하지만 더없이 아름다왔다.

한 처녀기중기차운전수의 선택, 그 밑바탕에는 로동계급을 제일로 내세워주는 사회주의제도에 대한 굳건한 믿음과 다함없는 고마움이 놓여있었다.

내 조국땅에는 이렇듯 저 하나의 안락보다 사회와 집단을 위하여 누구나 쉽게 선택할수 없는 길을 변함없이 걷는 아름다운 미덕과 미풍의 소유자들이 그 어디에나 있다는 생각으로 하여 우리의 가슴은 한껏 달아올랐다.

본사기자 신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