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3(2024)년 9월 20일 금요일  
로동신문
실화
평양처녀

2024.4.19. 《로동신문》 5면


저녁어스름이 깃들무렵 하루일을 마친 이천군 송정축산농장 청년분조원들이 웃고 떠들며 합숙으로 향하고있었다.《평양처녀》로 불리우는 김명경만이 가볍지 못한 걸음으로 천천히 뒤따르고있었다.

진천룡이 시력을 회복하지 못한채 영예군인이 되여 고향으로 간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후로 그는 마음을 진정할수 없었다.일하다 말고 한참씩이나 생각에 잠기는가 하면 늘쌍 다니던 낯익은 길에서도 발을 헛디디군 하는것이다.

진천룡으로 말하면 몇달전에 평양견학을 갔다가 어느한 병원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해군병사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우리 당은 남의 슬픔을 자신의 슬픔으로 여기고 남의 기쁨을 자기의 기쁨으로 여기는 고상한 공산주의미덕이 청년들의 생활로 되고 우리 시대의 참모습을 보여주는 아름다운 미풍이 청년들속에서 더 많이 발휘되기를 바랍니다.》

자정이 넘었지만 명경은 여전히 잠들지 못하였다.

(부질없는 생각이 아닐가? 내가 그를 알게 된지 얼마나 된다고.)

김명경은 평양에서 살다가 3년전에 당의 뜻을 받들고 세포지구 축산기지로 달려나온 탄원자였다.

그때 장한 결심을 하였다고, 명경동무는 우리 조선태권도위원회의 자랑이라고 하며 꽃목걸이를 걸어주던 일군들과 동무들, 끝없이 터져오르던 축하의 박수소리…

그들앞에 떳떳하고싶어 그는 바람세찬 탄원지에 청춘의 땀과 열정을 아낌없이 바쳐갔다.

그런데 또 이렇게 뜻밖의 갈림길에 서게 된것이였다.

영예군인 진천룡의 한생의 길동무가 될 처녀가 아무렴 없으랴만 왜서인지 자꾸만 그에 대한 생각에 옴하게 되는것을 어쩔수 없었다.하지만 선뜻 결심을 내리기도 힘들었다.

한동안 망설이던 그의 뇌리에 두해전 꿈만 같이 송화거리의 새집을 받아안았다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았을 때의 일이 되새겨졌다.자기 가정에 베풀어진 나라의 은덕이 너무도 고마워 한생을 바쳐 보답하겠다고 마음다지지 않았던가.

어머니가 늘 하던 말도 떠올랐다.

장령이였던 너의 할아버지는 사람은 어느때나 량심적으로 살아야 한다고 늘 이야기했다.량심이란 뭐겠니? 어렵고 힘든 일에 자기를 먼저 세울줄 알고 남의 아픔을 그냥 스쳐보내지 못하는 깨끗한 마음이 아닐가.…

어머니의 그 말을 가슴에 새겨왔기에 명경은 사회생활의 첫걸음을 내짚는 청춘시절에 수도 평양을 떠나 바람세찬 세포지구에 자신을 세울 쉽지 않은 선택을 할수 있었고 어머니가 보내준 새 솜옷을 함께 일하는 분조원에게 선뜻 안겨주기도 하면서 사회와 집단, 동지들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것을 더없는 긍지와 보람으로 여기였던것이다.

명경은 결심했다.자신을 다 바쳐 조국을 위해 귀중한 청춘시절을 빛내인 영예군인청년의 두눈이 되고 지팽이가 되여 그를 꼭 행복하게 해주리라고.

그는 어머니에게 이 사실을 알리였다.그러자 어머니는 처음에는 소리없이 눈물을 흘리였지만 이윽하여 앞으로 가정생활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문제들을 하나하나 일깨워주었다.

이튿날 명경은 자기가 탄원해올 때 반갑게 맞아주었던 농장일군들의 바래움을 받으며 진천룡의 고향인 과일군으로 떠났다.

뜻밖에 찾아온 명경을 맞이한 진천룡과 그의 어머니는 놀라움을 금치 못하였다.

진천룡은 단마디로 거절했다.

《고맙지만 돌아가는게 좋겠소.》

그의 어머니도 말했다.

《수도 평양에서 자란 처녀가 영예군인인 내 아들을 찾아 우리 집에까지 왔다니 그 고마움을 뭐라고 말했으면 좋을지 모르겠네.하지만 어떻게 제 생각만 하면서 남의 집 귀한 딸을 고생시키겠나.》

그러나 명경은 물러서지 않았다.

우리 아버지도 해군군관이였다고, 그래서인지 해군에서 복무한 천룡동지가 남처럼 생각되지 않는다고, 하지만 자기의 결심은 그 어떤 친근감이나 즉흥적인 감정에서 나온것이 아니라고 절절히 토로하는 명경의 이야기를 들으며 영예군인과 그의 어머니는 말없이 눈굽을 적시였다.

군려관에 려장을 푼 명경의 발걸음은 매일 진천룡의 집으로 향했다.

며칠사이에 그는 영예군인집식구들과 한집안처럼 가까와졌다.

결혼식날자도 정하였는데 군일군들과 주변사람들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소박하게 결혼식을 하자는데로 의견이 모아졌다.

하지만 어떻게, 어느새 알았는지 농촌살림집건설로 바쁜 군책임일군들이 결혼상을 차려준다, 가정용품들을 마련해준다 하며 부모처럼 뛰여다녔고 평양에서는 명경이를 축하해주러 조선태권도위원회 일군들과 종업원들이 축하편지와 가정용품들을 가득 안고 찾아왔다.

미처 다 알수 없는 고마운 사람들의 축복속에 그들의 결혼식은 온 군의 관심사로 의의깊게 진행되였다.

시간이 어지간히 흘러 어느덧 장내에는 신랑신부가 부르는 노래 《운명의 손길》이 울리기 시작했다.

 

인생의 먼길을 홀로는 못가

내 잡고 따르는 손길있네

격정에 목메인 신랑신부의 노래에 결혼식에 참가한 사람들모두가 목소리를 합치였다.

참으로 눈물없이 볼수 없는 결혼식장에서 신랑신부는 온넋으로 느끼고있었다.자기들을 손잡아 이끌어주는 손길이 몇몇 일군들의 손길만이 아니였음을, 이처럼 고마운 제도에서 자기들이 살고있음을.

명경의 손과 군일군들의 손을 꽉 잡고 진천룡은 절절히 말하였다.

어머니당의 손길을 잡고가는 나의 앞길에는 언제나 밝은 날만 있을것입니다!

우리 당에 대한 고마움의 정으로 달아오른 장내에 군당책임일군의 목소리가 울렸다.

《조국보위의 길에 한몸 서슴없이 내댄 신랑과 그의 한생의 길동무가 된 신부의 모습이 얼마나 아름답습니까.이들이야말로 우리 당의 고마움, 조국의 귀중함을 진정으로 느낄줄 알고 나라위해 그 어떤 어려운 선택도 주저없이 하는 시대의 멋쟁이, 애국청년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일군의 진정어린 목소리를 새겨안는 명경의 가슴속에서는 하나의 새로운 결심이 무르익고있었다.

남편과 함께 한생 애국의 길을 걸으리라!

결혼식이 끝난지 열흘후 이들이 새살림을 편 과일군 읍 205인민반의 아담한 단층살림집에는 돼지우리가 새로 생겨났다.새끼돼지도 벌써 여러마리 구해다 넣었다.

남편을 부축하며 천천히 돼지우리앞에까지 다가간 명경은 한손으로 닁큼 안아올린 새끼돼지를 남편에게 안겨주었다.

《얼마나 귀여운지 한번 만져보세요.》

《아직 몸길이가 두뽐도 채 안되는구만.8월까지 얼마 남지 않았는데…》

뜻깊은 결혼식날에 원군길을 걷기로 남편과 약속한 명경의 마음은 벌써부터 청년절이며 해군절인 8월 28일에 가있었다.

* *

과일군의 영예군인과 행복한 가정을 이룬 어제날의 평양처녀,

당의 뜻을 받들어 세포지구 축산기지로 탄원한데 이어 우리 당이 금방석에 앉혀 떠받들고싶어하는 영예군인의 한생의 길동무가 된것만도 참으로 고결하고 아름답다.

그런데 만사람의 존경과 사랑을 받을 떳떳한 자격이 있는 영예군인의 안해가 남편과 함께 또다시 원군길, 애국의 길에 나섰으니 이 얼마나 장하고 자랑스러운 일인가.

본사기자 강금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