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7.4. 《로동신문》 4면
《모든 사람들이 자기 직업에 대한 애착과 영예감을 가지고 사회와 인민을 위한 성스러운 로동에 온갖 지혜와 재능을 다 바치도록 교양하여야 합니다.》
소독수냄새가 물씬 풍겨오는 고려의학종합병원 침구병원 주사실에서 우리는 간호원 정혜영동무와 마주앉았다.
하얀 위생복을 입은 그의 모습을 바라보느라니 얼마전 구성시에서 살고있는 녀인이 우리에게 보내온 편지의 글줄이 또다시 어려왔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지만 환자들을 위하는 혜영동무의 마음은 언제나 변함이 없습니다.혜영동무는 보름밖에 살지 못한다던 저의 아들을 위해 16년이나 뜨거운 정성을 바치였을뿐 아니라 30여년을 변함없이 환자들을 위해 불같은 진정을 기울여오고있습니다.》
보름과 16년 그리고 30여년!
물론 사람이 수십년을 한직종에서 일한다는것이 쉽지 않다.하물며 환자들을 보살피고 시중을 드는 간호원으로 일해온 오랜 세월 가슴속에 묻어둔 사연은 얼마나 많을것인가.
허나 그는 자기가 한 일들에 대하여 선뜻 터놓지 않았다.퍽 오랜 시간이 흘러 과의료일군들이 색이 바랜 입원환자명단을 가지고와서야 지나온 추억들을 더듬었다.
그의 이야기는 이곳 병원에 처음 들어서던 때부터 시작되였다.
* *
《음, 일생 간호원을 하겠단 말이지.》
아직 학생티를 벗지 못한 처녀의 결심이 대견스러워 그를 한참이나 바라보던 병원일군이 이렇게 물었다.
《그럼 간호원은 어떤 사람이라고 생각하오?》
《의사의 치료사업을 도와 환자들을 간호하는 의료일군입니다.》
당돌하게 대답하는 처녀의 마음속에는 푸른 꿈이 나래치고있었다.
이렇게 간호원으로 배치된 그는 의사들의 치료사업을 적극 도와나섰다.
치차처럼 맞물려있는 환자들의 주사시간을 일분일초도 어기지 않았을뿐 아니라 의사의 얼굴표정만 보고도 환자치료에 필요한 조건들을 제꺽 구비해놓기 위해 애를 썼다.누군가가 그에게 간호원이 되자면 높은 책임성과 함께 눈썰미가 있어야 한다고 말하였던것이다.
하지만 간호원의 일은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였다.
어느날 밤 과에 구급환자가 들어왔다.환자의 상태는 간호원양성기관을 나온지 얼마 안되는 그를 몹시 당황하게 했다.환자의 응급처치를 하느라 하얀 위생복은 땀으로 흠뻑 젖어들었다.
얼마후 환자의 생명지표는 안정되였지만 혜영은 마음이 무거웠다.시키는 일이나 잘하면 되는것으로 생각했던 자신이 부끄러웠다.
(간호원은 의료기술수준이 높아야 해.)
이렇게 마음다진 그는 주사실기에 정통하기 위하여 애쓰는 한편 짬시간이면 의학도서들을 읽군 하였다.유능한 고려의사들을 찾아가 림상경험을 하나하나 착실히 배우기도 하고 환자치료와 관련한 의술을 익히느라 밤을 밝히기도 하였다.이악한 노력이 있어 그는 해주의학대학 통신학부(당시)를 높은 성적으로 졸업하였으며 자체로 진단을 내리고 복잡한 치료도 할수 있는 기술기능을 소유하게 되였다.
이렇게 몇해가 흘렀다.하루는 혜영이 입원환자들의 치료방향을 토론하는 과협의회에 참가하였다.환자들속에는 흉추골절로 전신마비가 들어온 영예군인도 있었는데 그는 천성적으로 몸이 허약하다보니 의료일군들이 고려치료를 대담하게 내밀지 못하고있었다.
《경남환자의 곁에 친척이라도 있었으면…》
담당간호원이 조용히 한 말이 혜영의 가슴을 파고들었다.
문득 혜영의 눈앞에는 불치의 병으로 침상에 누워있던
한 의료일군은 십여리길을 달려가 눈속에 파묻혀있는 귀한 약초들을 캐여왔고 어떤 간호원은 수축되여버린
불같은 마음이 명약이 되여
다음날 밤을 새워 만든 갖가지 별식들을 환자앞에 내놓으며 혜영은 말하였다.
《오늘부터 경남동무의 식사보장은 내가 하겠어요.》
사실 하루이틀도 아니고 몇달동안을 매끼마다 다른 보양음식들로 준비한다는것이 쉬운 일은 아니였다.
몰라보게 수척해지는 그를 두고 남편이 하루만이라도 쉴것을 권고하였다.
《내가 기울인 성의로 경남이가 조금이라도 빨리 일어난다면 얼마나 좋겠나요.》
이런 그의 마음을 알아서인지 담가에 실려왔던 경남이 1년만에 제힘으로 일어서는 기적이 일어났다.이것은 혜영에게 간호원이 된 긍지와 보람을 느끼게 해주었고 환자들을 위해 더욱더 진심을 기울이게 했다.
장기적인 치료를 받아야 하는 환자들은 대체로 병치료에 대한 신심을 잃기가 일쑤였다.허나 그들을 위해 뜨거운 정성을 기울이는 혜영을 대할 때면 환자들은 건강이 꼭 회복될수 있다는 신심을 가지고 명랑한 기분으로 병치료에 림하군 하였다.
구성시의 특류영예군인 김진우도 그의 정성속에 다시 태여났다.
기껏해서 보름밖에 더 살수 없다는 뜻밖의 진단앞에 환자자신도 생을 포기하기 시작했다.이 사실을 안 혜영은 그에게 말하였다.
《의료일군들은 환자를 절대로 포기하지 않아요.힘을 내세요.》
이때부터 그가 환자를 위해 지새운 밤은 얼마이며 걸은 길은 또 얼마였던가.
환자의 기분을 전환시켜주기 위해 책들도 구입한 혜영이였다.
짬시간이 생길 때마다 그의 호실에 들어와 재미나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혜영을 보고 어느날 진우가 말하였다.
《간호원동지의 웃는 얼굴을 볼 때면 병이 저절로 달아나는것같습니다.》
허나 집으로 돌아오면 환자들의 건강회복에 좋은 식품들을 마련하느라고 집식구들에게 살뜰한 말 한마디 할수 없는 그였다.
이런 그에게 맏딸이 물었다.
《어머닌 남의 시중을 드는 간호원이 그렇게도 좋나요?》
그 말속에는 오래전에 의사자격증을 받고서도 간호원생활을 계속하는 어머니에 대한 야속함도 깔려있었다.
《그래, 난 간호원일이 참 좋구나.》
물론 혜영자신도 의사가 되려고 한적이 있었다.
하지만 환자의 심정을 제일 잘 알게 되는것이 간호원이며 간호원이 정성을 기울이는것만큼 환자들의 회복기일을 보다 줄일수 있다는것, 그만큼 중요한 일이기에 누가 대신할수 없다는것을 알게 된 후로는 다른 생각을 하지 않았다.
남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것이 얼마나 영예로운 일인가.
하기에 그는 특류영예군인의 건강회복을 위해 자신의 모든것을 바치면서도 언제한번 남들이 알아주기를 바란적이 없으며 그가 퇴원한 후에도 16년세월을 변함없이 뜨거운 마음이 담긴 보약재들과 생활필수품들을 보내주었던것이다.
* *
정혜영동무에게 남다른 위훈이나 특출한 치료성과는 없었다.하지만 환자들을 단순한 치료대상이 아니라 정을 주고 사랑을 깡그리 바쳐야 할 혈육으로 여기고 진정을 기울인 그 마음에 누구나 머리를 숙인다.
서로 오고가는것이 정이라지만 한생토록 바치기만 하는 무한한 헌신을 본분으로, 영예로, 행복으로 간주하는 간호원의 그 마음이야말로 얼마나 고결하고 아름다운것인가.
그 순결한 진정들이 모이고모여 정성의 화원을 더욱 아름답게 가꾸어갈 때 이 땅에는 또 얼마나 많은 사랑의 이야기들이 태여나게 될것인가 하는 생각으로 우리의 가슴은 더없이 뜨거웠다.
본사기자 김옥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