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3(2024)년 9월 2일 월요일  
로동신문
로병의 수기와 20여개의 입대증

2024.7.19. 《로동신문》 4면


얼마전 조국해방전쟁승리기념관에 대한 취재길에서 우리는 윤일희전쟁로병이 남긴 수기를 보게 되였다.

조국을 지켜 피흘려 싸운 전쟁로병의 체취가 갈피갈피에 스며있어 수기를 쉬이 펼치지 못하는 우리에게 학술연구원은 로병이 전화의 나날들을 돌이켜보며 생의 마지막시기까지 많은 수기를 집필하였다고 이야기하였다.하여 우리는 로병의 유가족이 살고있는 평천구역 안산1동 31인민반으로 향하였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전화의 불길속에서 창조된 조국수호정신, 이것은 그 어떤 물리적힘에도 비할수 없는 최강의 힘이며 우리 새세대들이 사상과 신념의 강자들인 로병들에게서 넘겨받아야 할 가장 귀중한 유산입니다.》

로병의 아들인 윤영일동무는 아버지의 고심이 엿보이는 수기를 내놓으며 우리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우리는 아버지가 남긴 수기를 자주 펼쳐보군 합니다.그러면서 전승세대의 정신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는가를 늘 자각하고있습니다.》

조국수호의 결전에 귀중한 청춘을 아낌없이 바치며 영웅적으로 싸운 공로만으로도 로병의 삶은 얼마나 긍지높고 떳떳한것인가.많은 사람들의 존경속에 여생을 편히 보낼수도 있었건만 전승세대의 의무를 자각하고 고령의 몸에도 집필을 멈추지 않은 로병의 모습이 수기에서 그대로 어려오는듯싶어 우리의 마음은 뜨거워졌다.

우리는 로병이 남긴 수기들을 한장한장 번지기 시작하였다.

윤일희로병은 1950년 6월 인민군대에 입대하였다.그때의 심정에 대하여 그는 이렇게 썼다.

《나에게 인간다운 생활을 안겨준 고마운 조국이였기에 그것을 빼앗으려는 원쑤들을 눈앞에 두고 결코 다른 길을 선택할수가 없었다.》

해방전 강원도의 어느한 바다가마을에서 태여난 윤일희로병의 가정은 지지리도 가난하게 살았다.

어느해인가 그의 가족은 지주놈에게서 얻어부치던 얼마 안되는 땅마저 떼웠다.그의 부모는 피눈물을 뿌리며 다시는 농사를 짓지 않을 결심을 하고 어린 아들을 데리고 바다로 나갔다.풍랑사나운 바다에서 늘 사자밥을 지고 물고기를 잡는 그들에게 있어서 제일 그리운것이 땅이였다.

그런 그들이 해방과 더불어 땅의 주인이 되여 누려온 생활은 얼마나 보람차고 행복하였던가.

위대한 수령님의 은덕으로 받은 수천평의 옥토에 표말을 박을 때, 제땅에서 지은 곡식을 애국미로 바치러 마을사람들과 함께 평양으로 향할 때 그들의 기쁨은 이루 다 헤아릴수 없었다.

하기에 그 땅을 지키고 그 행복을 빼앗기지 않기 위해 윤일희로병은 전쟁이 일어나자 용약 군복을 입고 전선으로 떠났다.

가렬처절했던 전화의 나날에 대하여 로병은 수기에 이렇게 썼다.

《…악악거리며 고지로 올라오는 원쑤놈들을 노려보는 순간 나에게는 몇달전에 보았던 가슴아픈 참상이 되새겨졌다.그때 어느한 산속을 지나던 우리 중대는 너무도 처참한 광경을 목격하게 되였다.글쎄 수십명의 로인들과 녀인들이 형체도 알아볼수 없게 찢기고 터지고 피범벅이 된채 쓰러져있었던것이다.그중에는 어머니의 품에 안긴채 숨진 어린애도 있었는데 그옆에는 피에 얼룩지고 살점들이 묻은 참나무몽둥이들이 나딩굴고있었다.우리는 미제침략자들에 대한 치솟는 증오심을 금할수 없었다.원쑤놈들이 우리에게서 가장 귀중한 조국을 빼앗고 해방후 나라의 은덕으로 누려가던 행복한 생활을 빼앗고 우리의 부모처자를 죽이려고 하는데 어찌 용서할수 있단 말인가.우리는 놈들에게 불벼락을 안기였다.

그날 전투에서 자기에게는 곱단이라고 부르는 녀동생이 있는데 하루빨리 이 땅에서 미제침략자들을 몰아내고 곱단이와 함께 우리 고향에 있는 금강산에 꼭 와보겠다고 늘 외우던 기관총수를 비롯한 전우들이 귀중한 생명을 바치였다.

그들의 마지막웨침소리가 지금도 나의 귀전에 들려온다.〈동무들, 조국의 고지를 부탁한다.김일성장군 만세! 조선로동당 만세!〉》

그후 로병은 정찰병이 되여 부대의 전투임무수행에 크게 기여하였다.

그 나날 그는 화선입당의 영예를 지녔고 전사의 영예훈장과 군공메달을 비롯한 여러개의 훈장과 메달을 수여받았다.

피흘려 쓰러지면서도 조국의 고지를 부탁한 전우들의 목소리를 한시도 잊지 않고 로병은 전후에도 조국수호의 길을 꿋꿋이 걸어왔다.그러나 그는 그것만으로 전승세대의 의무를 다하였다고 생각지 않았다.

로병의 수기에는 그가 자식들에게 조국의 귀중함을 깊이 새겨주고 조국보위초소에 서도록 걸음걸음 이끌어준 사실들이 감동깊게 적혀있었다.

윤영일동무가 조국보위초소로 떠나게 되였을 때 그는 이렇게 말하였다.

《나는 너희들이 언제나 가렬처절했던 지난 조국해방전쟁을 잊지 말고 위대한 전승을 안아온 용사들의 넋과 정신을 그대로 이어가기를 바란다.》

가장 훌륭한 계승은 넋의 계승이다.

조국이 있고야 가정의 행복도 희망도 있음을 가슴깊이 새기고 로병의 자식들은 총잡은 병사가 되였고 손자, 손녀들도 할아버지의 뒤를 이어 조국보위의 길로 떠나갔다.하여 로병의 가정에는 입대증이 20여개로 늘어났다.

로병의 손자인 윤남진동무는 말하였다.

《할아버지가 남긴 수기는 우리 가정의 가보이며 우리가 한생 간직하고 살아야 할 거울과 같습니다.》

수기를 덮는 우리의 귀전에는 전쟁로병의 한생의 좌우명이였으며 후대들에게 남긴 당부가 울려왔다.

조국은 목숨보다 귀중하다.이 땅에서의 행복한 생활이 정녕 귀중하거든 이 땅의 나무 한그루, 흙 한줌도 소중히 여기고 더 훌륭히 가꾸며 목숨처럼 지켜가라.

본사기자 박춘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