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12월 22일 일요일  
로동신문
관측일지에 새겨가는 참된 삶의 자욱

2024.9.14. 《로동신문》 4면


기상수문국 서해해양연구소 자매도해양관측소에 가면 키를 넘게 쌓인 관측일지를 볼수 있다.

수십년세월 어느 하루도 빠짐없이 기록해온 관측일지, 바로 여기에 누가 보건말건 인생의 하루하루를 순결한 량심으로 수놓아가는 부부관측원들의 참모습이 비껴있다.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오늘 우리의 당원들과 근로자들속에는 누가 보건말건, 알아주건말건 묵묵히 자기가 맡은 초소에서 조국과 인민을 위하여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지금으로부터 30년전 어느한 설계연구소에서 일하던 홍동길동무는 공훈예측원인 아버지의 뒤를 이어 자매도의 관측원이 될것을 결심했다.

한생 나라를 위해 자기의 모든것을 다 바친 아버지처럼 살리라는 결심을 품고 떠난 길이였지만 그길은 결코 쉽지 않았다.파도사납고 바람세찬 날바다 한가운데 있는 섬에서의 관측사업은 굳센 의지와 높은 책임성, 자각성이 없이는 원만히 해낼수 없는 책임적이고도 량심적인 사업이기때문이였다.

한번 관측하는데만도 오랜 시간이 걸리는 그런 일을 낮과 밤이 따로없이 하루에도 몇차례씩 진행하자니 너무 힘들어 간혹 뭍에 나가 편안한 직업에서 일하고싶은 생각에 잠길 때도 있었다.

그러나 그때마다 그는 자기가 초소에 서던 날 아버지가 해주던 말을 되새기며 힘과 용기를 가다듬군 했다.스스로 자매도의 첫 관측원이 된 그의 아버지는 다른 사업은 누가 대신할수 있고 오늘 못하면 래일 봉창해도 되지만 관측사업은 절대로 그렇게는 할수 없는 일이라고, 관측일지의 공백은 영원히 메꿀수 없는것이라고 하면서 한번의 관측을 진행하고 하나의 자료를 만들어도 진정으로 조국을 위하는 마음으로 일해야 한다고 그에게 늘 이야기해주군 하였던것이다.

아무리 힘들다 해도 관측일지에 자그마한 공백, 자그마한 오차도 남길수 없다!

그는 이런 자각을 안고 관측사업에 자기의 모든 심혈을 기울였다.

안해인 차순녀동무도 그길에 섰다.

언제인가 한겨울에 벼랑의 얼음을 도끼로 까내며 바다물이 드러난 곳까지 내려간 차순녀동무는 바다물의 온도며 염분도를 측정하다가 그만 미끄러져 옷을 몽땅 적시였다.남편이 앓고있는 상태여서 혼자 관측을 진행하는 그를 도와주려고 나왔던 한 사람이 바다물에 젖어 옷은 꽛꽛하게 얼고 얼굴마저 새파랗게 얼어든 그를 보기가 너무도 민망스러워 해마다 하는 일인데 이미 측정한 수치로 관측자료를 추산할수 있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하지만 그는 얼어드는 몸을 가까스로 가누며 마지막까지 관측자료를 정확히 기록했다.일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차순녀동무는 말했다.

《바다물의 온도가 조금 차이난다고 해서 당장 그 영향이 나타나는것은 아니예요.그렇지만 우리가 관측한 이 자료를 기초로 설계가 작성되고 만년대계의 창조물들이 일떠선다고 생각할 때 어떻게 그 오차를 허용할수 있겠나요.》

바로 이런 뜨거운 마음으로 그들은 수십년세월 단 하루의 공백도 없이 관측일지를 기록해왔다.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는 사람들이 모르는 외진 섬초소에서 당의 뜻에 삶의 지향을 일치시키며 헌신의 땀방울을 아낌없이 바쳐 맡은 임무를 성실히 수행해온 그들을 온 나라가 다 알도록 값높이 내세워주시였다.

그들이 한생을 바쳐 남긴 수많은 관측일지들은 우리에게 이렇게 말해주는듯싶었다.

관측일지에 그들에 대한 기록은 따로 없어도 거기에 그어진 수자 하나, 부호 하나가 그대로 그들이 새겨온 량심의 자욱, 애국의 자욱이라고.그렇듯 인생의 하루하루를 순결한 량심으로 수놓아갈 때만이 우리 당이 알고 사람들 누구나 존경하는 값높은 삶을 누릴수 있다고.

본사기자 김일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