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9.27. 《로동신문》 4면
《인민반사업을 강화하여야 주민들을 우리 당정책으로 더 잘 무장시킬수 있으며 가정과 인민반을 알뜰히 꾸려나갈수 있습니다.》
시계바늘이 새벽 5시를 가리키는것과 동시에 김미란은 습관대로 잠에서 깨여났다.서둘러 일어서던 그는 주위를 둘러보며 다시 주저앉았다.
(참, 여기가 병원이지.)
서성구역 장경2동 58인민반에서 인민반장으로 사업하고있는 그는 안정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의료일군들과 인민반사람들의 권고로 입원생활을 하지 않았다면 이전처럼 아빠트의 현관문을 남먼저 열고 뜨락에 나섰을것이다.
하지만 마음은 인민반으로 향하고있었다.
늘 봐야 출근길의 첫걸음을 먼저 떼군 하는 5층 5호집 세대주며 4층 2호집의 원앙새부부…
정든 모습들을 하나하나 그려볼수록 떠오르는 또 다른것이 있었다.그것은 인민반의 작은 뜨락이였다.
* *
지난 3월 어느날이였다.봄철위생월간을 맞으며 인민반이 해야 할 사업들을 하나하나 꼽아가던 그는 문득 자기가 세운 꾸리기계획이 어딘가 좀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좀전에 2층 3호집 손자 평주가 보여주던 그림이 떠올랐다.
《반장큰엄마, 도화공작시간에 내가 그린 그림이예요.》
인민반에 사는 소학교학생들은 개학날이면 꽃다발을 들고 학교에까지 찾아와 축하를 해주군 하는 인정많은 미란을 《반장큰엄마》라고 부르며 몹시 따르고있었다.
《참 잘 그렸구나.저런, 뜨락에 휴식터와 화단까지 다 있구.》
크레용으로 고층아빠트와 그 주변에 갖가지 꽃들과 나무들을 그리였는데 한쪽옆에는 탁구판과 돌의자까지 척 그려넣은것이 엉뚱하였다.
누구네 아빠트인가고 물으니 《우리 아빠트지요 뭐.여긴 큰엄마네 집, 여긴 영웅할아버지네 집, 또 여긴 우리 집…》 하며 소년은 고운 눈을 깜박이며 또랑또랑한 목소리로 말하였다.
《정말 그렇구나.》
함께 있던 인민반할머니들도 기뻐하며 그림을 잘 그렸다고 한마디씩 하였다.하지만 동심이 비낀 그림장이 왜서인지 미란의 어깨를 무겁게 눌렀다.
이번 봄철위생월간에 그는 인민반의 속보판을 교체하고 매 층의 복도들에 회칠을 하는 등 여러가지 사업을 계획하고있었다.
허나 어린것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아빠트의 모습은 그것이 전부가 아니였던것이다.
미란의 귀전에는 위생문화사업은 단순히 회칠이나 하는 사업이 아니라고 하던 동사무소일군의 말이 새삼스럽게 울리였다.
(그래, 주변에 나무도 심고 주민들이 탁구도 칠수 있게 대담하게 설계해보자.)
온밤 계획을 다시 작성한 그는 먼저 집식구들에게 자기의 의견을 내비쳐보았다.그런데 두손을 들고 찬성할줄 알았던 아들이 뜻밖에도 도리머리를 젓는것이 아닌가.
나무모와 탁구판은 어떻게 구하며 조건이 부족하여 못하는 경우 사람들의 신망이나 잃지 않겠는가고 하는 아들의 말속에는 한시절 산골에서 군인가족생활을 하느라 편히 쉬여보지 못하고 살아온 어머니가 이제는 여생을 좀 편안하게 보냈으면 하는 마음이 다분히 깔려있었다.
하지만 무엇이든 결심하면 꼭 해내고야마는 성격인 그는 다음날 황해북도로 가는 새벽차에 몸을 실었다.
산골아이들과는 달리 수도에서 자라는 아이들이 언제 나무가 자라는것을 직접 보면서 과일을 따먹어보겠는가.이 기회에 꼭 영양성분이 많은 왕다래나무를 심어 해마다 열매를 인민반의 어린이들에게 골고루 나누어주고싶었다.
하여 그는 산골사람들의 도움을 받아가며 그곳에서도 귀하다는 왕다래나무모를 세그루나 얻어가지고 돌아왔다.
이미 점찍어두었던 인민반뜨락의 공지에 정히 나무모를 옮겨심은지 며칠이 지난 일요일 아침 4층 4호집에서 살고있는 공화국영웅이며 로병인 리동삼로인이 그를 찾아왔다.명절이면 젊은이들에게 위훈담도 들려주며 그들이 인생을 참답게 살아가도록 떠밀어주군 하는 로병을 미란은 마음속으로 존경하고있었다.
《난 오늘 반장을 비판하자고 이렇게 왔소.》
《예?!》
로병의 말에 미란의 얼굴은 저도 모르게 달아올랐다.
《얼마전에 인민반꾸리기에 필요한 청소도구를 일식으로 마련하느라 반장이 한밤을 꼬박 새웠다는 이야기를 들었소.그리고 마당포장에 필요한 세멘트를 해결하느라고 숱한 걸음을 했다는것도.이번에 또 휴식터를 잘 꾸리자고 그 먼 산골에 다녀왔다니 인민반일을 혼자서 도맡아할 작정인가?》
대답을 찾지 못하는 미란을 보며 로병은 계속했다.
《물론 반장의 마음을 왜 모르겠소.하지만 난 우리 마을이 환해지자면 모두가 떨쳐나서야 한다고 보오.》
그러면서 로병은 자기도 나무모들을 구해왔는데 어디에 심으면 좋겠는지 반장이 좀 봐달라고 하는것이였다.
그와 함께 인민반을 나서던 미란은 놀랐다.주민들이 떨쳐나 덕대를 세운다, 화단을 조성한다 하면서 성수가 나서 일을 해제끼고있었던것이다.
그는 불편한 몸으로 인민반을 꾸리는 사업에 늘 앞장서군 하는 김광진아바이를 비롯한 인민반원들의 마음을 미처 알아보지 못한 자신이 부끄러웠다.
(그래, 모두가 함께 사는 우리 집뜨락이지.)
위생월간과 더불어 인민반의 모습은 나날이 달라져갔다.
미란은 더없는 행복을 느끼였다.고생을 사서 하지 말고 제발 인민반장일을 그만두라던 두 아들도 그를 돕기 시작했다.
하루는 계획된 일거리들을 놓고 수행정형을 따져보는 미란을 지켜보던 맏이가 인민반에 조립식으로 된 탁구판을 갖추어놓는것이 어떻겠는가 하는 의견을 내놓았다.사실 탁구판을 놓는것으로 계획은 하였지만 마당이 넓지 못하다보니 오가는 사람들에게 불편을 줄것같아 종시 결심을 내리지 못하고있던 문제였다.
아빠트에 탁구판을 놓으면 누구나 리용할수 있고 또 휴식일이나 명절같은 때에는 마당에 설치해놓고 경기도 조직할수 있다는 아들의 말에 미란은 앞이 탁 트이는것만 같았다.
하지만 선뜻 찬성하지 못하고있는 미란에게 아들은 빨간 뚜껑의 수첩을 내놓았다.거기에는 미란이 늘 인민반사업의 지침으로 삼고있는
인민반에 사는 어린이들의 체력단련을 위해서는 탁구판이 꼭 있어야 했고 그것을 리해하는 아들이 더없이 고마왔다.
미란이 탁구판을 구해오는것을 본 김광진아바이는 자진하여 탁구기재들을 마련하였고 이것은 온 인민반을 위생문화사업에 대한 열기로 끓게 하였다.
인민반의 첫 탁구경기는 봄철위생월간사업을 총화하는 날에 진행되였다.
각이한 수준의 경기도 볼만하였지만 소년팀과 청년팀, 로인팀으로 나누어진 응원단의 열기는 인민반의 뜨락을 꽉 채웠다.
* *
입원치료를 받는 기간에도 김미란의 마음속에서는 인민반뜨락이 한시도 떠나지 않았다.하여 그는 짬짬이 세워본 꾸리기계획들을 가지고 한달만에 집으로 돌아왔다.
자전거를 타고다니는 주민들의 편리를 도모할수 있게 하고 휴식터에 의자들도 더 놓아주며 야외에 그린 그림도 수복하고…
가을철위생월간에도 인민반에서는 아름다운 생활이 펼쳐지고있다.
인민반의 작은 뜨락,
비록 크지 않아도 바로 여기서 가정의 행복도, 인민반의 화목도 꽃펴난다.
누구나 주인다운 립장에서 자기가 사는 거리와 마을을 꾸려나간다면 사회주의 우리 집은 얼마나 아름답게 단장될것이며 그와 더불어 사람들의 생활은 또 얼마나 활기에 넘치게 될것인가.
글 본사기자 김옥별
사진 본사기자 김진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