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10.30. 《로동신문》 6면
해방전 어느해 가을날이였다.
한 로인의 집은 여느때없이 흥성이였다.그날이 바로 로인의 생일이여서 아들과 며느리는 저녁 한끼나마 성의를 다하려고 부엌에서 음식준비를 하고있었다.6살 난 손녀도 할아버지를 기쁘게 할 노래를 곱씹어 불러보며 밖에서 놀고있었다.
이때였다.갑자기 손녀의 노래소리가 뚝 멎더니 다음순간 악- 하는 비명소리가 울려왔다.방안에서 새끼를 꼬다가 급히 밖으로 달려나간 로인은 너무도 끔찍스러운 광경앞에 몸서리를 쳤다.지주아들놈이 손녀의 노래를 두고 시비질을 하다 못해 손칼을 꺼내여 입을 찢어놓은것이였다.
며느리가 분을 참지 못하고 지주집으로 달려들어갔다.그런데 지주집에서 술을 처먹던 일본순사놈이 사건현장을 《확인》한다면서 나섰다.그놈은 정신을 잃은 손녀에게 다가오더니 정말 칼자리가 났는가 보자고 하면서 구두발로 손녀의 얼굴을 툭툭 건드리는것이였다.
아들, 며느리가 놈의 더러운 구두발을 물리치며 쏘아보자 그놈은 며느리에게 달려들어 마구 발로 차고 때렸다.격분한 아들이 주먹을 부르쥐고 다가가자 순사놈은 별안간 권총을 꺼내들더니 그의 가슴에 대고 총을 쏘았다.그리고는 며느리와 손녀에게로 총구를 돌려대더니 미친듯이 총탄을 쏘아댔다.
순식간에 사람 셋을 쏘아죽인 일본순사놈은 난데없는 총소리를 듣고 떨쳐나온 마을사람들이 왜 죄없는 사람들을 함부로 죽였는가고 따져묻자 이렇게 《죄명》을 엮어대였다.
《딸년이 부르지 말라는 조선노래를 부른것이 첫째 죄이고 애에미년이 입지 말라는 조선치마저고리를 입은것이 또한 죄이며 애애비녀석은 징병을 기피하고 집에 자빠져있었으니 모두 죽어 마땅하다.》
누구나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생일날이건만 아들, 며느리, 손녀를 그 하루에 다 빼앗긴 로인의 피맺힌 원한, 이것이 어찌 그 하나만의 뼈아픈 체험이라 하랴.
조선사람의 목숨을 파리목숨만큼도 여기지 않던 일제야수들이 우리 인민의 가슴속에 남긴 원한의 상처자욱들은 오늘도 우리모두를 천백배 복수의 길로 떠밀고있다.
본사기자 안성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