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14. 《로동신문》 5면
《농업전선은 사회주의수호전의 전초선이며 경제강국건설에서 힘을 집중하여야 할 주타격방향입니다.》
새벽닭이 홰를 치자 승호군 광정농장 제6작업반 반장 차광성동무는 잠자리에서 일어나 손전화기부터 켰다.안경을 찾아 끼고 농사와 관련한 새 자료가 없는가를 살펴보았다.
이렇게 손전화기로 농사경험자료를 하나라도 더 보고 일하는것이 어느덧 그의 습관으로 되였다.그가 새 영농기술자료들에서 눈길을 떼지 못하는데 손전화기종소리가 울렸다.최전연초소의 군관에게 시집간 딸에게서 온 전화였다.이제는 쉬염쉬염 일하면서 건강에 주의해달라는 딸의 살뜰한 목소리를 들으니 가슴이 뭉클해났다.지난해 가을걷이때 허리를 다쳐 몸져누웠댔다는 말을 제 어머니한테서 전해들은 후부터는 매일이다싶이 전화를 걸어오군 하는 딸이였다.
차광성동무는 딸의 정깊은 당부를 묵묵히 듣다가 너희들도 건강하라는 말을 하고는 전화를 끊었다.그리고는 동자질소리가 울리는 부엌쪽을 바라보며 《로친이 괜한 말을 해서 애한테 걱정만 끼치누만.》 하고 안해를 나무랐다.
어느덧 날이 푸름푸름 밝아오자 그는 서둘러 집문밖을 나섰다.
날씨는 맵짰지만 기분은 상쾌하였다.
작업반에 이르니 거름무지가 눈가에 비껴들었다.마당이 좁다하게 쌓인 거름무지를 흡족하게 바라보던 그에게 문득 지난 시기의 일이 떠올랐다.
작업반에서는 이미전부터 해오던 방법으로 퇴비를 만들어왔다.그런데 손전화기를 통하여 어느한 발효균이 쓰기에도 편리하고 숙성기일을 앞당기는데서 좋다는것을 알고 2년전부터는 그에 의한 퇴비생산에 힘을 넣었다.그랬더니 이전보다 생산속도가 빨라지고 질도 높아졌다.
지금은 새해 농사에 쓸 수백t의 질좋은 자급비료를 생산하여 그중 대부분은 이미 포전에 낸 상태였다.아직 반출하지 못한 퇴비는 개인세대들에도 퍼그나 있었다.
(이것이면 자급비료생산은 기본적으로 끝났다고 할수 있겠어.)
차광성동무는 이렇게 입속으로 외우며 포전들로 걸음을 옮기였다.포전들에서 풍기는 땅냄새가 싫지 않았다.
현장에서는 일찍부터 농장원들이 질좋은 거름을 포전들에 군데군데 쌓아놓으며 부지런히 일손을 놀리고있었다.
차광성동무는 분조장들에게 간단히 작업지시를 주고는 비탈밭으로 걸음을 옮겼다.작업반에서는 지난해 가까운 포전부터 거름을 내다나니 이미 마련한것마저 로력과 기일이 모자라 이 밭에는 충분히 올리지 못하였었다.이런 현상이 다시 나타나지 않게 하려고 올해에는 높고 먼 포전부터 자급비료를 반출하도록 하였다.
그런데 일부 농장원들의 일솜씨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차광성동무는 삽으로 흩어진 거름을 규모있게 정리하고 흙을 덮어주기 시작하였다.
《이렇게 잘 다져주어야 비료성분이 소실되지 않아.그런 일본새로 어떻게 나라의 쌀독을 채우겠어?》
평소에 농장원들에게 좀 부드럽게 말하자고 몇번이나 다짐했었는데 지난 시기의 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분이 올랐던것이다.
(내가 또 아니할 실수를 했구나.)
그는 이렇게 자기를 책망하며 걸싸게 일손을 놀리였다.
중낮이 거의 되여서야 차광성동무는 비탈밭을 내리였다.땀을 흠뻑 흘리고 경사길을 걷느라니 자기의 건강을 념려하며 쉬염쉬염 일하라던 딸의 목소리가 귀전에 울려왔다.
사실 작업반장으로 오랜 기간 일하면서 차광성동무는 어느 하루도 땅을 잊고 산 날이 없었고 작업반 어디에나 그의 땀이 스미지 않은 곳이 없었다.
그 나날 작업반은 알곡생산과 축산을 비롯한 모든 측면에서 손꼽히는 단위로 되고 몇해전에는 2중3대혁명붉은기를 수여받았다.
당에서는 평범한 농촌초급일군인 그에게 분에 넘치는 사랑과 은정을 거듭 안겨주었다.그는 당창건 75돐과 공화국창건 75돐 경축행사에 참가하여
(하늘같은 그 사랑에 보답하자면 아직 멀었어.그런데 쉬염쉬염 일을 하다니…)
이렇게 생각하니 차광성동무에게는 새힘이 용솟음쳤다.
오후에 돼지두엄을 쳐내는 축사에 들려 강학철분조장과 하금희관리공을 만나 그곳의 면모를 일신할 계획을 의논한 그는 흙보산비료생산을 다그치는 작업장으로 향하였다.
왕명일작업반기술원이 농장원들과 함께 주변탄광에서 나오는 탄재와 버럭을 날라다 채로 쳐서 퇴비와 골고루 혼합해놓은 거무스레한 무지들이 한눈에 안겨왔다.그것이 쌀더미처럼 보였다.차광성동무는 모든 농사일을 알뜰하고 깐지게 해나가는 그들이 대견스러워 칭찬하고싶었지만 그러지 않았다.
(누구나 새것을 지향하며 부단히 전진하는 하루, 혁신의 련속적인 하루로 사는것이 오늘의 농촌진흥의 시대가 아닌가.)
저녁어스름이 비낄무렵 그는 다시금 비탈밭에 이르렀다.아침시간에 일본새가 틀렸다고 비판을 준 농장원들이 마음에 걸려서였다.
하지만 생각과는 달리 이런 말부터 나갔다.
《날이 저무는데 왜 이러구들 있소? 아직 일들을 끝내지 못했는가 말이요?》
작업반장의 성미급한 물음에 농장원들은 빙그레 웃었다.
《반장동지가 우릴 찾아올줄 알았습니다.앞으로도 우리가 잘못하면 엄하게 꾸짖어주십시오.이건 진심입니다.》
《무슨 소릴.오늘아침 일은 내가 사죄하오.이것 역시 진심이요.》
친부모와 같이 자기들을 위해주고 이끌어주는 그 마음이 고마와 젊은이들은 작업을 제꺽 끝내고 반장과 나란히 작업반으로 걸음을 다그쳤다.
이것은 새해 농사차비로 들끓던 며칠전에 있은 일이다.오늘도 차광성동무는 어머니당의 사랑속에 사는 농민의 한생은 나라의 쌀독을 가득 채우기 위해 있다는 자각을 안고 하루하루를 이처럼 불같이 이어가고있다.
김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