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체113(2024)년 9월 8일 일요일  
로동신문
눈속에서 피운

2024.2.28. 《로동신문》 4면


자정이 훨씬 지났지만 생각은 그냥 깊어만 갔다.

《우리가 처음으로 얼음조각품을 창작하기 시작한것은 지금으로부터 근 20년전 겨울이였다.》

이렇게 글머리를 떼고나서 깊은 사색에 잠긴 216사단직속 사회안전성련대 강원도안전국대대 대대장 최국철동무,

위대한 장군님의 탄생일을 맞으며 성황리에 진행된 얼음조각축전과 관련한 글을 써달라는 어느한 출판사의 부탁을 받고 원고지앞에 마주앉은 그였다.

사실 그는 대대장이라기보다 《얼음조각창작가》로 더 잘 알려져있다.

해마다 2월이면 우리 인민들의 가슴속에 백두산기슭의 독특한 겨울풍경과 더불어 위대한 장군님에 대한 다함없는 그리움으로 깊은 여운을 남기군 하는 얼음조각축전의 첫 참가자들중의 한사람이 바로 이 대대장인것이다.

근 20년을 이어온 얼음조각축전의 나날에 있은 그 하많은 사연에 대해 어떻게 몇장의 원고지에 다 담을것인가.

이윽하여 자리에서 일어난 그는 보풀이 인 한권의 두툼한 사진첩을 펼치였다.해마다 축전장에 전시된 얼음조각품들을 담은 사진첩을 한장 또 한장 번지던 그의 눈길이 한곳에 못박혔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주체98(2009)년 3월 몸소 보아주신 삼지연못가의 얼음조각축전장의 얼음조각품들》,

얼음등이며 얼음수정다리를 비롯한 여러가지 얼음조각품들에 이렇게 주해를 단 사진들이 있는 페지였다.

그의 눈가가 불그스레해졌다.

얼마나 소중하고 뜨거운 마음들이 담겨져있는 얼음조각품들인가.

추억은 못잊을 그 나날의 겨울에로 그를 실어다주었다.

* *

경애하는 김정은동지께서는 다음과 같이 말씀하시였다.

《우리는 위대한 장군님을 우리 당과 인민의 영원한 수령으로 높이 모시고 장군님의 혁명생애와 불멸의 혁명업적을 길이 빛내여나가야 합니다.》

최국철동무는 말그대로 눈사람이 된채 커다란 얼음덩이를 깎고 다듬고있었다.

한참이나 모지름을 쓰던 그는 조각칼을 내려놓은채 물러서고말았다.아무리 뜯어보아도 자기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은것이다.

이때 수림이 떠들썩하더니 대원들이 눈발구로 얼음덩이를 또 하나 실어왔다.

《굉장한 얼음덩이입니다.》

대원들은 입을 다물지 못했으나 그는 말없이 성큼 얼음덩이에 다가서더니 칼로 버캐들을 깎아버리는것이였다.그러고나서 도리머리를 저었다.

최국철동무는 얼음을 채취하느라 온몸이 언 대원들을 둘러보며 말했다.

《우리가 건설이 긴장한 속에서도 왜 얼음조각창작에 숱한 품을 들이는지 동무들도 잘 알지 않소.축전장에 내놓을 조각품에 한점의 티도 있으면 안되지.》

펑펑 쏟아지는 함박눈이 대원들의 어깨를 소복이 덮었다.대원들이 눈을 털며 자리를 차고나섰다.

《무조건 찾아내겠습니다.》

《동무들, 우린 백두산기슭의 첫 얼음조각가들이요.》

호탕한 웃음소리가 눈덮인 천연수림속으로 메아리쳐갔다.

그들은 마침내 깊고깊은 원시림속에서 골개강을 찾아냈다.그러나 얼음은 맑았지만 얼음장은 두텁지 못했다.

최국철동무는 골개강하류로 더 멀리 내려갔다.하류는 물이 깊어 혹시 좋은 얼음장이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에서였다.그러나 형편은 다를바 없었다.

그는 그만 맥이 풀려 눈판에 펄썩 드러눕고말았다.…

백두산기슭에서 뜻깊은 2월의 명절을 맞을 때면 대원들 누구나 경건한 마음을 금할수 없었다.

백두산밀영고향집이 자리잡고있는 유서깊은 혁명의 성지, 향도봉에 모신 위대한 장군님의 친필글발을 가슴에 안아볼수록 어버이장군님에 대한 한없는 그리움이 모두의 가슴을 더욱 세차게 울려주었다.한겨울의 눈속에서 피여나는 아름다운 꽃이 있다면 그것으로 꽃바구니를 엮어 뜻깊은 2월의 명절에 삼가 드리고싶은것이 지휘관들과 대원들의 한결같은 심정이였다.

그 열화와 같은 흠모의 마음들에 떠받들려 맑고 투명한 얼음과 여러가지 색갈의 빛의 조화로 황홀경을 펼친 얼음조각품들은 2월의 백두산기슭에 만발한 《꽃》들이였다.

이런 생각에 잠겨있던 최국철동무는 다시 용기를 내여 눈판에서 일어났다.

그리고는 대원들과 함께 더 깊은 수림속으로 얼음을 찾아 길을 다그쳤다.

마침내 두께와 맑음도가 안성맞춤한 얼음을 찾게 되였다.

얼음덩이들을 화물자동차적재함에 실을 때였다.작업을 지휘하던 최국철동무는 문득 대원들을 제지시켰다.

《차의 진동에 얼음이 손상될수도 있소.눈썰매를 리용합시다.》

이렇게 되여 크고작은 얼음덩이들이 눈썰매들에 조심히 실려 얼음조각축전이 진행될 현장으로 운반되게 되였다.그 어떤 진귀한 보석인들 이보다 더 소중할수 있으랴.

얼음조각을 창작하는 나날에는 애로도 적지 않았다.

얼음조각에 빛효과를 처음으로 도입하던 때의 일이였다.

대대들에서는 정일봉과 백두산밀영고향집, 구호나무들, 조국의 전변상 등 여러가지 주제를 반영한 작품들을 하나하나 형상해나갔다.

그러던 어느날 아침, 한 대원이 달려와 발을 동동 구르는것이였다.심혈을 기울여 형상해놓은 얼음등이 밤새 녹아내려 형체가 보이지 않는다는것이였다.

최국철동무는 아뜩해졌다.그는 그달음으로 얼음조각이 있는 곳으로 달려갔다.

자세히 살펴보니 분명 얼음조각에 설치한 조명등에서 생겨나는 열때문이였다.

얼음과 빛을 조화시켜 하나의 작품으로 완성시킬 방도는 과연 없단 말인가.

정치부 책임일군을 비롯한 지휘관들의 열띤 토론이 진행되였다.이 과정에 얼음이 녹는것을 막으면서도 빛효과를 볼수 있는 좋은 착상이 나왔다.

얼음등이 다시 만들어졌다.처음보다 몇배로 크면서도 밝고 황홀하였다.

며칠동안 밤을 새우며 관찰하였지만 얼음등은 녹지 않았다.

《성공이다!》

지휘관들은 대원들과 한덩어리가 되여 빙빙 돌아갔다.

대원들은 하나하나의 얼음조각품에 온갖 심혈과 정성을 다 기울이였다.누구나 아침저녁 일기예보에 귀를 강구었고 낮이면 얼음조각품들에 해빛가리개를 씌웠다.

백두산기슭에 펼쳐진 얼음조각축전, 전시된 하나하나의 조각품들은 이렇듯 뜨거운 마음과 마음들이 하나가 되여 피워올린 충성의 꽃, 그리움의 꽃인것이다.

지휘관들과 대원들의 소원은 드디여 이루어졌다.

주체98(2009)년 3월 어느날 언제나 뵙고싶던 위대한 장군님께서 삼지연못가의 얼음조각축전장을 찾으시였던것이다.

얼음수정다리에 이르신 어버이장군님께서는 대원들의 뜨거운 지성을 헤아리시는듯 얼음등을 어루만져보시며 높이 치하해주시였다.

영광의 그날 최국철동무와 대원들은 감격의 눈물을 흘리고 또 흘리였다.

* *

추억에서 깨여난 최국철동무는 사진첩을 덮고나서 책상우의 원고지에 펜을 달리기 시작하였다.이윽고 집필을 끝낸 그는 서둘러 문을 나섰다.

저 멀리 앞쪽의 밤하늘이 얼음조각축전장의 불빛에 환히 물들여져있었다.

위대한 장군님께서 꿈만 같이 찾아오시였던 그날처럼 경애하는 총비서동지께서 문득 축전장을 찾아오실것만 같아 대대장의 가슴은 마냥 울렁이였다.

그는 처억처억 축전장으로 발걸음을 내짚었다.근 20년세월 변함없이 이어온 그 걸음새로, 충성의 그 한모습으로.

유난히도 불밝은 축전장의 얼음조각품들은 마치 아름다운 꽃송이들마냥 흰눈덮인 백두산기슭을 더 유정하게, 더 아름답게 장식하고있었다.

특파기자 전철주